김영식시인 ˝가을 숲˝

2023-09-23     김종돈 기자

 



가을 숲

 

숲에 바람이 일면

나무들은 서둘러

가을 옷으로 갈아입습니다

찢어진 잎이거나

병들어 힘 빠진 잎

벌레 먹은 상처의 흔적까지도

 

아침 햇살에 서리가 녹을 때쯤이면

나뭇잎은 하나둘 가지를 떠나

숲 바닥에 쌓입니다

 

꽃처럼 잎처럼 바람처럼

때가 되면 내려놓을 줄 아는

숲의 경이로움

 

혼자 먹는 저녁밥처럼

쓸쓸히 저무는 가을 숲에

비가 내리는 날이면

옹이마다

아물지 않은 상처의

진물 같은 아픔이

 

주르르 흘러내립니다